전문직 아들이 레이싱 걸과 결혼한대요.
아들이란 여태껏 한 번도 속을 끓이고 인적이 없는 아들이에요.제가 열아홉 살에 태어나 꽤 힘들게 키웠는데도 그 세월의 보상을 받고 싶을 만큼 자랑스러운 아들이에요.자기 고집으로 공부도 항상 전교 1등의 어려서부터 잘나서 남들이 부러워하게 만들었던 아이고, 진로도 아들 생각이 같아 의대를 나왔어요.
지금은 피부과 전공을 맡아 사촌동네 병원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데 내후년쯤 개원할 예정입니다.나이도 혼기가 넘치고 한두 가지 남에게 쓸모없는 취미가 하나 있는데 아들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장비에도 수천의 비용을 들입니다.
처음엔 예술인 줄 알고 받아들였는데 자세히 보니 경기장을 돌아다니고 거기서 유일한 레이싱 걸 사진만 찍는 것 같더라고요.누더기를 입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여성의 사진을 찍는 것에 선입견이 있었고, 항상 잠이 부족해서 경기장을 돌아다니는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아들의 유일한 취미일 거라고 술집에 다니지 않으면 다행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까맣게 잊고 살 때쯤에, 아들을 만날 여자가 있다고 해서 경기장을 찾을 일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프로필 사진을 수시로 바꾸는데 그 전에는 계속 찍던 그 레이싱 걸이었어요.제가 답답해서 사진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 여자 누구야? 라고 물었더니 유명 레이싱 걸도 아니고 그냥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이른바 삼류 레이싱 걸이래요.
취미로 사진모델도 한대요. 말이 사진의 모델이야. 늙은 남자 앞에서 벌거벗고 사진을 찍게 해주는 일을 하겠죠.
학교는 잘 졸업했고 어떨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나이도 아들에 비해 너무 어려서 (26세의) 스무 살부터 레이싱걸이었다면 학교에 안 나왔을 거예요.
남편은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만나보고, 둘이 좋으면 하라고 주의를 줘요.제 남편으로서는 외모지상주의의 끝을 달리는 사람이고 아무리 좋은 결혼상대라도 아가씨가 키가 작고 인물이 없으면 아들도 만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거든요 레이싱 직업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길래 어차피 그만 둔다고 하네요. 아들이 그러네요.어차피 결혼 날짜를 잡아서 은퇴하기로 했다는데 은퇴라...
그 자리에서 유명하지도 않고 사진 취미도 10년이 넘도록 누구냐고 할 정도인데 은퇴라니...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집은 먼 지방인데 그나마 아빠만 있고 엄마는 없고 형제자매도 없이 혼자였어요" 키는 아들보다 커요, 아들이 171인데 딸이 175는 되는 것 같아요.
외모는 물론 예쁘죠. 제 남편도 레이싱 걸이라고 여자들을 상상하면서 나온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세상에 제가 이런 걸 겪네요.제 아들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고, 저랑 항상 보는 눈이 비슷하고, 좋은 여자 골라줄 걸 철석같이 믿었고, 그래서 좋은 신랑감이 있어도 거절했는데, 정말 이럴 줄 알았다면 제가 더 열심히 했어야죠.
여자는 여자가 보면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보통 남자가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동기가 별거 아닌 여자와 결혼한다고 했을때 나에게 말하면서 한심하다고 했던 아들인데 믿고 있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니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