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소설] 천사와

 주임신부는 그답지 않게 감분을 일으켰다.그도 그럴 것이 거금을 주고 맡긴 그림이 약속 날짜를 훨씬 넘겨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그라치에교회가 예수의 최후를 다룬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로 한 것은 무려 41년 전 교회 설립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여서 교회는 GDP의 40% 제한을 넘지 않는다는 규정을 철폐하면서까지 당대 화가 다빈치를 섭외한 것이다.하지만 다빈치는 뒤늦게 그림 완성을 미뤄 결국 500주년 행사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교회 내부에서는 육백주년 행사에 쓰면 된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오갔다.도대체 뭐가 불만입니까. 원하는 건 다 했잖아요.주임신부 눈앞에서 침묵하던 다빈치가 고개를 들었다.모델을 찾을 수 없어요. 주임신부의 입에서 얕은 한숨이 나왔다.이 그림은 예수와 유다의 얼굴이 핵심입니다. 이걸제대로해내지못하면망하는겁니다. 예수의 얼굴에 어울리는 자는 잘 찾았지만, 유다를 아직…그만해! 그만해! 주임신부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끼어들었다.유다 이야기도 이젠 지긋지긋해. 벌써 몇 년차죠? 거리에 나가 보니 악마 같은 아이가 얼마나 많은데. 주임신부가 손뼉을 치자 시종이 사진 몇 장을 가져왔다.'또 유다 핑계 댈까 봐 저희가 모델로 삼고 왔어요'. 한번 보세요.짤을 본 다빈치의 얼굴에 놀란 빛이 보였다"누구야? 누구야?" 주임신부는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이탈리아 북쪽에 코리아라는 나라가 있는데 거기서 활동 중인 윤미시아라고 해요. 어때요, 저건 2만원에 예수를 판 사람 같지 않아요?"다빈치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충분해요.다만 이 사람은 악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주인공이어야 할 예수를 압도하고 맙니다. 다른 사람은 없습니까?첫 사진이 거절당하자 주임신부는 눈살을 찌푸리며 시종 신호를 보냈다.이 사람은 어떤가요? 유시미빌레라는..."

사진을 본 다빈치는 다시 떨기 시작했다.이 사람은 표정 자체가 배신자예요. 도대체 이런 분을 어디서... "이번엔 괜찮았나?" 주임신부가 활짝 웃었다.얘 역시 코리아 사람이에요. 요즘 코리아에는 악마 뺨치는 사람이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이자 외에 많은 후보가 있지만 고소당할 수 있으니 그만두겠다' 근데 이 친구면 충분하지 않을까요?다시 침묵이 시작됐다."그 신부" 다빈치의 부름에 주임신부는 또다시 짜증을 냈다. "설마, 이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다빈치는 결심이 선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못생겼다는 게 곧 못생겼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주임신부님은 너무 못생겨서 방점을 찍는 것 같아요."주임신부가 다빈치를 졸랐어"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우리보고 앞으로 수십 년을 또 기다리란 말인가요?그게 아니라.다빈치는 두 손을 들어 주임신부를 진정시켰다.제가 코리아라는 곳에 한번 가보겠습니다. 아까 사진에서 보여드렸던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제가 원하는 악마의 모델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다빈치는 코리아로 오게 됐다.하지만 일은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코리아 사람들은 대부분 선하게 생겼고 다들 희망에 차 있었으니까.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정권이 교체돼 앞으로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여기서 실패하면 내 인생은 끝이야!다빈치는 한숨을 쉰다.성당에서 지원받은 제작비는 무려 200억원. 물론 다빈치는 그럴 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에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그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속쓰림은 역시 밥으로 때우는 법, 다빈치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 불고기를 주문했다.불쌍한 마음에 고기를 굽다가 TV에서 한 남자가 죄수복을 입은 채 끌려가는 장면이 나왔다.그 남자를 보는 순간 다빈치는 젓가락을 떨어뜨렸다.식당 아르바이트생이 잽싸게 새 젓가락을 들고 왔어요. 누구예요, 저 사람?알바는 TV를 보고 앙 소리를 지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을 지낸 문파치노입니다.

다빈치가 그린 최나 리자 네이버에 전시 중이다 빈치는 곧 구치소로 달려갔고 결국 면회소에서 문파치노를 만나게 됐다.악의에 넘쳐 입으로 한 말은 절대 지킬 수 없는 배신자의 모습, 마침내 위대한 화가는 유다의 모델이 될 사람을 찾게 된 것이다.다빈치는 코리아 정부에 문파치노를 이탈리아로 데려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최나리자라는 세계적인 명화 덕분에 다빈치의 명성은 코리아에도 널리 알려졌고 정부는 예술진흥이라는 명목 아래 다빈치의 제안을 수락했다.그림이 완성되는 즉시 문파치노를 돌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 뒤 문파치노는 자신의 얼굴이 구세주를 판 유다에게 덮어씌워지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한달이 지났다. 문파치노를 지키던 간수는 코리아에서 파견된 요원들에게 <최후의 만찬>이 완성되었으니 죄수를 데려가라고 말했다."죄수들이 억지로 죄수를 끌고 가려 하자, 그는 갑자기 다빈치에게 달려가 울부짖었다."다빈치 선생님, 저를 잘 보세요.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어요?다빈치는 자기가 한 달 내내 보던 그 사람의 얼굴을 다시 본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 저는 당신을 구치소에서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문파치노는 하늘을 쳐다보며 절규했다.오, 하느님. 제가 왜 이런 모습으로 전락했을까요!그 뒤 문파치노는 다빈치를 보며 울부짖었다.래드널도 다빈치다. 저를 다시 한번 봐주세요. 당신이 40년 전 예수의 모습을 그릴 때 나는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1980년 당시 28세였던 그는 사법시험 합격을 기념해 인근 국가로 여행을 갔는데 그때 들른 곳이 이탈리아였다.함께 간 친구들과 갈라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다빈치 님이 저를 쳐다보더군요.다빈치가 그때를 잊을 리 없다.자신의 지식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겠다던 20대 청년 다빈치는 그의 얼굴에서 예수를 보았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서 있는 흉측한 몰골의 노인이 그때 그 청년이라니.다빈치는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이 그때 그 사람이라고?" 아니, 믿을 수가 없어문파치노가 울기 시작했다.저도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아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때 친구가 나한테 정치 같은 건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 친구는 대통령이었어요. 사실은 그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마다 철저히 외면했어요. 경선 과정은 물론 그 후 그 친구가 힘들어할 때는 일절 돕지 않았습니다. 설령 네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가까이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해 그 친구를 상처 입히기도 했다.문파치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간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갖다 달라고 했다.간수가 다빈치를 바라보자 다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 친구는 대통령이 된 후 저에게 민정수석 자리를 주었습니다. 그냥 친구라는 이유만으로문파치노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당분간은 이 맛을 못 느끼겠네. 그 뒤로도 친구들은 나에게 몇 번이나 도움을 청했어요. 지방선거에 나가라, 총선에 나가라, 재보선에 나가라. 저는 단 한번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전 원래 편한 것만 좋아하는데 보수가 강한 PK 지역에 출마하는 게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그런데 그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그 후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잘하면 될 수도 있겠네요결국 문파치노는 정치권에 뛰어들고 2012년 대선에 나선다.그러나 문파치노는 안철수빌레 후보의 양보를 얻어내고도 큰 혜리나에게 참패하고 말지만 그의 재기의 발판이 된 것이 바로 세월호 사건이었다.그때부터 3년 동안 밤낮으로 세월호만 외쳤죠. 그리고 결국 성공했죠.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쓰는 바람에 내 속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일인자가 된 거죠.문파치노는 남은 커피를 원샷했다.나는 자신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던 친구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너무 착해서 걸핏하면 국민에게 사과했어요. 또 야당과 권력을 나누는 한심스러운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망한 거예요 저는 결심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사과하지 말자. 그리고 요직에는 나와 친한 사람만 임명하자.그 후 결과는 참담했다고 말했다.문파치노 자신도 무능한데 주변 참모들까지 모두 무능했으니 나라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경제는 도탄에 빠졌고 국민의 불만은 갈수록 커졌다.이를 밀기 위해 문파치노는 법치를 파괴하고 국내에서 남프랑스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했습니다."그때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국민적으로는 불행한 사건이지만, 저에게는 큰 정치적 이득을 가져왔습니다.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것도, 나라를 망치고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코로나 덕분입니다.K 방역의 실체가 뭔지 아십니까. 자영업자가 다 죽더라도 확정자 수를 더 적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걸 빌미로 우리가 코로나를 가장 잘 막았다고 우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본 문 파치노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자신의 얼굴이 너무나 추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제 얼굴이 악마 같아요. 겉모습은 그대로인데 눈빛이 괴기스럽다고 할까요. 웃는 모습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빈치 선생님이 자신을 그리겠다고 하신 건 충격이었어요. 천사의 모델이었던 내가 악마의 모델이 되어 다시 다빈치 선생님 앞에 서다니. 그 말을 마치고 문파치노는 요원들에게 끌려갔다.그러다 다빈치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져 이틀 뒤 숨을 거둔다.그로부터 보름 뒤 최후의 만찬은 일반에 공개돼 많은 찬사를 받았다.와 그림 대박이다."맞아. 특히 그 유다의 얼굴이 진짜 같아, 소오름."

# 유치해서 죄송합니다 22222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남자 애교 멘트, 소름 돋는 대사, 귀여운 말, 혀 짧은 말, 귀여운 말씨

레프웍스(Refworks) 활용법, 한글목차, 목차만들기 한글책갈피 만들기 및 논문작성 프로그램